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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금 신청은 '외출금지' 신호탄 
메디컬투데이 문병희(bhmoon@mdtoday.co.kr) 기자 


활동보조서비스 중단 우려…연금 신청 포기까지
 


▲장애인 연금을 반납하는 이상국씨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적·뇌병변 중복장애로 장애등급 1급이던 이상국(28)씨는 지난달 14일 장애인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계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 신청한 장애인연금 신청이 화근이었다. 기존에 장애수당을 받지 않았던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연금을 신청하면서 장애등급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심사를 거치면서 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씨는 이로써 기존에 받고 있던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이하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고 월 9만원의 장애인 연금 혜택만 받게 됐다.

하지만 이씨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건 연금보다 활동보조서비스이다. 급성뇌종양으로 세차례 뇌수술을 받고 뇌병변 2급, 지적 3급 판정을 받은 이씨는 중복1급 장애인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시력손상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고 다른 한쪽 눈은 시력감퇴가 계속 진행돼 시각장애 5급 판정까지 받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재는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의 어머니 김금자(61)씨는 장애인연금 신청으로 아들이 이제는 밖에 나가기도 힘든 상황에 망연자실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부모가 평생 사는 것도 아닌데 아들만 생각만 하면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하며 “나라가 이런 애들을 돌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이에 김씨는 장애인연금 첫 지급이 있었던 지난달 30일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지사에 장애인연금 전액을 반납했다.

김씨는 “연금 반납은 항의가 아니라 애원이다”며 “연금도 필요 없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울먹였다.

장애인등급제의 문제는 비단 이씨 가족만의 얘기가 아니다. 연금신청을 했다가 아예 비장애인으로 된 경우도 있었다.

지적장애아동 3급이었던 선모(11)군은 장애등급심사를 거치고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선군은 장애인에서 비장애인으로 되면서 그간 받아오던 각종 지원이 끊기게 됐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나라로부터 장애인이 아니라는 공식 인정을 받았는데 이를 기뻐해야 하는가”라며 현행 장애등급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장애등급재심사로 장애등급이 하락한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병희


◇ 장애등급 하락 우려…연금도 포기

장애인연금은 기존에 장애수당을 받아왔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연금 신청 후 장애등급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등급심사를 거치면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등급하락을 하고 이로 인해 장애등급 1급만 지원을 받았던 활동보조서비스 등을 비롯해 각종 장애인 지원이 끊기게 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12만121명의 장애인 중 등급하락을 한 장애인이 4만239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5597명 중 3394명이, 뇌병변장애인은 2만3717명 중 8465명이 장애등급이 하락했다.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친 것이다.

심지어 등급하락을 우려한 장애인들은 장애등급 재심사를 피하기 위해 장애인연금까지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장애인단체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장애인연금 시행전부터 꾸준히 지적했지만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장애등급제도가 가짜 장애인을 가려내는데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짜 장애인 때문에 진짜 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장애등급제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장애인이 등급하락이 있을 경우 이의시청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어 등급심사가 문제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들은 등급에 따른 차등 혜택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병희


◇ “개별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 해야”

이에 장애인단체들은 복지부가 예산문제는 뒤로한 채 가짜 장애인을 핑계로 장애등급제를 통해 혜택 받는 장애인을 줄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류흥주 회장은 “복지부가 가짜 장애인을 양산하는 의사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복지부가 책임지지는 않고 모든 것을 장애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가짜 장애인을 걸러내기 위해 장애등급제도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예산 문제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들은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등급을 없애고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다수의 장애인이 같은 1급이라고 해도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터뷰, 환경조사 등을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개별 서비스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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